시, 눈뜨다

알긴 뭘 알아 ....... 김형영

misslog@hanmail.net 2013. 4. 14. 16:46

 

 

                                                                                      Carl Spitzweg 作 가난한 시인 1839

 

 

 

 

알긴 뭘 알아
안다는 거지
혼자서는 모르니까
혼자서는 안되니까
끼리끼리 모여 안다고 우기는 거지
없는 것도 있고, 보지 않은 것도
보이지 않는 것도
보았다고 우기면 본거지

예수는 하느님이라고
(혹은 사람이라고)

예수는 독생자라고
(혹은 장자라고)

예수는 부활했다고
(혹은 소생했다고)

끼리끼리 모여 그렇다면
그런 거지

모르는 건 모르는 것이고
몰라도 되는 건 몰라도 되는 것인데
저승에 가서나 알 일들까지
(정말 저승이 있는지는 또 누가 알아)
끝끝내 살아서 알려고만 그러니
어쩌랴, 법에 걸리는 일이 아닌걸
어쩌랴 돈이 생기는 일인걸

그게 진짜 사는 맛인걸

 

*김형영 시집 <새벽달처럼> 문학과지성사 1997
... 김형영 시선집 <내가 당신을 얼마나 꿈꾸었으면> 문학과지성사 2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