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갑에 갇힌 자신이 누군지 아시는가?
Trixy Pixie 作
"나는 성냥갑에 갇힌 내가 누군지 몰라서 늘 고놈을 바라본다네."
"늘 자세를 바르게 잡고 갇힌 놈을 가만히 보게나,
흔히 명상을 무념무상하는 것이라고 오해해서 생각을 쫓아내느라 애를 쓰는데,
오감의 존재인 인간이 어떻게 상념 없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명상이란 상념을 끝까지 바라보아서 반전시키는 것일세......
그래서 무념의 의도 없이 무념에 이르고, 응념의 의도 없이 응념에 이르는 것이지.
모든 허구는 바라봄 속에서 스스로 재가(裁可)되는 것일세.
갇힌 자신이 타자가 될 때까지 바라보게나.
그러면 보살은 바깥에 있지 않겠나.
바깥에서 늘 안의 그를 보살펴야 하네.
그를 구하고, 자유롭게 하고, 도를 주고, 신의를 주고, 끝까지 버리지 않고 돌보아야 하네."
"스님, 자기가 저지른 잘못들, 혼자 알고 있는 죄책감이 속살을 물어 뜯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같은 이야기지, 신은 인간을 선악으로 구분하지 않는다네,
실은 신은 선악에는 관심이 없어요.
궁극에는 도덕과 부도덕이 없어요.
선악이 있음은 규칙이며, 규칙의 경계를 넘어 삶이 꿈인 줄 아는 것이 궁극이지.
그러니 세상의 관념으로 스스로 묶은 포박을 푸시게.
다시 묻겠는데 보살은 자신을 아시는가?"
"........"
"소크라테스는 나는 나를 모르는 나를 안다라고 말했네.
내가 모르는 내가 한 일로 마음을 괴롭히지 말게나.
삶에서 일어나는 열렬한 감정들을 샅샅이 느끼고 바라보고 그대로 즐기시게.
다 사는 일이니, 괜찮지 않은가.
자신이 지은 업 안에서 일어나는 온갖 감정들, 생각들, 느낌과 인식들,
괴로워하고 갈등하고 두려워하는 나를 죄책감도 나무람도 없이 바라보시게......
응시하는 사이에 더러는 저절로 소멸되고 더러는 스스로 반전될게야.....
그리고 가능한 충일하게 살고 매사를 즐거운 것이 되게 돌리시게."
... 전경린 <그리고 삶은 나의 것이 되었다> 열려라 눈꺼풀 속의 생이여 中에서 이가서 2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