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뜨다

순간의 꽃 ........... 고은

misslog@hanmail.net 2012. 1. 27. 05:22

 

 

 

 

 

 

 

저쪽 언덕에서
소가 비 맞고 서 있다

이쪽 처마 밑에서
나는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다

둘은 한참 뒤 서로 눈길을 피하였다

 

 

 

***

 

 

 

실컷
태양을 쳐다보다가 소경이 되어버리고 싶은 때가 왜 없겠는가
그대를 사랑한다며 나를 사랑하였다
이웃을 사랑한다며
세상을 사랑한다며 나를 사랑하고 말았다

시궁창 미나리밭 밭머리 개구리들이 울고 있다

 

 

 

***

 

 

 

무욕만한 탐욕없습니다
그것말고
강호제군의
고만고만한 욕망


그것들이
이 세상과 저 세상 사이의 진리입니다

자 건배


 

 

... 고은 시집 <순간의 꽃> 문학동네 2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