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뜨다

울음이 타는 가을 강 .............. 박재삼

misslog@hanmail.net 2012. 3. 7. 20:43


                                                                                                                              허호녕 作  회야강에서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이 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江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죽은 가을江을 처음 보것네.

 

 

... 박재삼 '사상계' 1952.2월 발표, 첫시집 '춘향이 마음'신구문화사 1962'에 수록  <박재삼 시선집 1> 민음사 19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