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뜨다

얼굴반찬 ......... 공광규

misslog@hanmail.net 2012. 5. 22. 08:29

 

 

                                                                                      이순구 作

 

 

 

 

옛날 밥상머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

어머니 아버지 얼굴과

형과 동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 있었습니다.

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먼 친척들이 와서

밥상머리에 간식처럼 앉아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얼굴들이 풀잎 반찬과 잘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 새벽 밥상머리에는

고기반찬이 가득한 늦은 저녁 밥상머리에는

아들도 딸도 아내도 없습니다.

모두 밥을 사료처럼 퍼 넣고

직장으로 학교로 동창회로 나간 것입니다.

 

 

밥상머리에 얼굴 반찬이 없으니

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가 없습니다.

 

 

... 공광규 시집 <말똥 한 덩이> 실천문학사 2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