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뜨다

나무가 말하였네 .............. 강은교

misslog@hanmail.net 2012. 7. 23. 09:20

 

                                                          2012. 7. 23 am 6:42


 


 

나무가 말하였네



나의 이 껍질은 빗방울이 앉게 하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햇빛이 찾아오게 하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구름이 앉게 하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안개의 휘젓는 팔에

어쩌다 닿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당신이 기대게 하기 위해서

당신 옆 하늘의

푸르고 늘씬한 허리를 위해서.




... 강은교 시집 <등불 하나가 걸어오네> 문학동네 19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