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뜨다

저물도록, 너 어디 갔었니 .............. 이동엽

misslog@hanmail.net 2012. 8. 12. 11:10

 

                                                        photo by JEEHO  2012. 7. 29.




너 참 미묘하구나 구름 사이
가벼운 바람 일렁였다, 어디 갔었니
네가 없는 풀밭에 햇살 따가웠다
그때 너 어디 갔었어, 차츰 녹음도 짙었다
네 머리카락처럼 나뭇잎들 부풀어 올랐다
머리풀 냄새 어지럽게 깔렸는데, 너 어디 갔었니
뒤돌아 볼 수 없는 나무들, 아무런 말도 않지만
나뭇잎 사이 흐르는 눈빛들 참 미묘하구나
그늘 아래 누워 있었니, 가슴 풀어 내리고
너 어디 갔었어, 저 너머 언덕도 마냥 붉었다
구름들 눈부시게 흘러 내렸다, 참을 수 없었니
옷고름 풀어 헤치고 그때 너 어디 갔었어,
한 발자욱도 떼어놓을 수 없는 햇살들
햇살 아래 과일과 저 음식들, 아무도 손대지 않았지만
숲과 나무들 가로질러 먼 길에 너 어디 갔었니
돌 투성이 바위산 너머, 해 떨어진 길에
저물도록…… 너 어디 있었니

 

 

...  이동엽 詩 < K에게 (제 1회 김종삼문학상 수상작품집)> 청하 19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