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뜨다
소 ........ 임보 *
misslog@hanmail.net
2012. 10. 20. 10:59
2012. 1. 1. am 8:33
어느 날 공자님이 제자들과 더불어 길을 가다가
말뚝에 매달려 고개를 하늘로 쳐들고 우는 말을 보고
"소로다"라고 한 마디 했다.
따라가던 제자들은 스승이 왜 '말'을 가리쳐 '소'라고 이르는지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해 어리둥절했다.
제자들은 제각기 나름대로 그 깊은 뜻을 새기느라 속으로만 끙끙댔다.
기지로운 한 제자가 제일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말[牛]이 고개를 드니 소[牛]라고 부를 만하다고
글자 풀이로 해석을 했다.
평소 성미가 급해 자주 꾸중을 듣던 한 제자는
'저 말처럼 서두르지 말고 소처럼 차근차근하라'
는 훈계로 받아들였다
또 다른 제자는
말은 병정兵丁의 것이고 소는 농부農夫의 것이니
말은 병화兵禍, 소는 평화平和의 상징이 아닌가. 그러니
'쓸모 있는 동물은 말이 아니라 소다'
라는 뜻으로 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오묘한 뜻을 헤아릴 수 없었던
멍청한 제자가 한 둬 마장쯤 지나간 뒤에야
참다못해 부끄런 듯 스승께 물었다.
"선생님, 말을 가리쳐 소라고 이르신 뜻이 무엇이나이까?"
그러자 공자님 잠시 있다 생각난 듯
"말을 보고 말이라 하지 누가 소라고 한단 말이냐!"
퉁명스럽게 내질렀다.
... 임보 시집 <장닭 설법>시학 2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