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뜨다

찔레꽃을 따먹다 엉겁결에 당한 .......... 이성복

misslog@hanmail.net 2013. 4. 14. 08:48

 

 

 

                                                                                           박항률 作 저 너머에 2010

 

 

 

 

웬 미친 놈이 학교가는 사내애에게
황산을 끼얹었다
아이 얼굴은 새까맣게 탔다.

푸른 잎새 넘실거리는 보리밭에서
깜부기를 뽑을 때처럼
삶은 난감한 것이다.

삶이란 본래
시골 마을 질 나쁜 젊은 녀석들이
백치 여자 아이를 건드려
애 배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도 하지만

찔레꽃을 따먹다 엉겁결에 당한
백치 여자 아이는
눈부신 돛배처럼 내 앞에서 놀고 있다.

 

... 이성복 시집 <아, 입이 없는 것들> 문학과지성사 2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