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뜨다

느낌氏가 오고 있다 ......... 황혜경

misslog@hanmail.net 2013. 12. 26. 21:50

 

 

 

 

                                                                                                                  Antony  Gormley 作 criticalmass

 

 

 

 

 

  의성어와 의태어 사이에서 머뭇거리는 소리의 몸짓, 몸짓의 소리로 존재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남겨지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로 버림받는 느낌이 노련하게 한층 더 가혹할 때 결국 고독한 종들은 말이 과다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을 분명히 느끼고 어떤 면을 맹신하며 밀착을 시도하게 된다 소모적으로

 

  안시리움이라는 식물에서 함께 온도를 느끼던 무렵이었다 시리지 않은 느낌으로 몸의 발성을 설득하면서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네가 울고 절대 너는 안 된다고 내가 울었다 완성하고자 했던 관계는 포함하려는 문장 쪽에서 늘 발을 빼곤 했으므로 지금 나는 느낌氏를 믿기로 결심한다 더 늙고 가망 없어질 때까지 추억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므로 몸의 부위로 말고 허공의 부위로의 나는 느낌氏만 절대적으로 믿기로 하고

 

  부르르 떨다가 순식간에 뒤집히는 세상의 외피 그리고 속살처럼 나의 1초 밖의 영원한 느낌氏 부드럽게 방만과 오만과 체념에게는 여러 색깔의 자극을 주고 살려내고 손질하는 느낌氏를 나는 좋아한다 아기를 낳은 사람과 아기를 낳지 않은 사람으로 여자가 구분될 때 아직 모르는 느낌에 대하여 침묵할 때 순서를 잃은 날짜들이 저마다 탯줄을 목에 감을 때 구름의 가장자리가 붉은 십자가에 잠깐 찔릴 때 느닷없이 손톱이 부러져 살이 드러날 때도 아픈 나도 느낌氏를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잎맥을 바라보다가 간결하거나 간절하다는 것을 알아차리던 그 느낌은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까 그리하여 시간의 관다발은 기꺼이 내게도 양분의 통로가 되어주고 있음을 느끼기 위해 나는 느낌氏를 만나러 가려고 길을 나서는데 느낌氏가 더 일찍 먼저 이쪽으로 출발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느낌氏가 오고 있다

 

 

 

  첫정은 잇몸처럼 붉지만

 

 

 

  절정은 언제나 멀리에 있으므로

 

 

 

 

 

 

 

... 황혜경시집 <느낌 氏가 오고 있다>  문학과 지성사 2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