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뜨다
살 흐르다 .............. 신달자
misslog@hanmail.net
2015. 7. 26. 13:36
Julia baier 作
거실에서는 소리의 입자들이 내리고 있다
살 흐르는 소리가 살 살 내리고 있다.
30년 된 나무 의자도 모서리가 닳았다
300년 된 옛 책장은 온몸이 으깨어져 있다
그 살들 한마디 말없이 사라져 갔다
살 살 솰 솰 그 소리에 손 흔들어 주지 못했다
소리의 고요로 고요의 소리로 흘러갔을 것이다
조금씩 실어 나르는 손이 있다
멀리 갔는가
사라지는 것들의 세계가 어느 흰빛 마을을 이루고 있을 것
거기 가늘가늘 소리가 들린다
다 닳는다
다 흐른다
이 밤 고요히 자신의 살을 함께 내리고 있다.
... 신달자 시집 <살 흐르다> 민음사 2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