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뜨다
내 앞에 비 내리고 ............. 신달자
misslog@hanmail.net
2015. 7. 26. 13:47
2015. 7. 25. pm 6:29
밤새 내리고 아침에 내리고 낮을 거쳐 저녁에 또 내리는 비
내가 적막하다고 한마디 했더니 그래 살아 움직이는 장면을 계속 보여 주는구나
고맙다, 너희들 다 안아 주다가 나 늙어 버리겠다 몇 줄기는 연 창으로 들어와
반절 손을 적신다 손을 적시는데 등이 따스하다
죽 죽 죽 줄 줄 줄 비는 엄마 심부름처럼 다른 사람에게는 내리지 않고
춤추듯 노래하듯 긴 영화를 돌리고 있다 엄마 한잔할 때 부르던 가락 닮았다
큰 소리도 아니고 추적추적 혼잣말처럼 오르락내리락 하는 비
이젠 됐다라고 말하려다 꿀꺽 삼킨다 저 움직이는 비바람이 뚝 그치는
그다음의 고요를 무엇이라고 말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표현이 막막하다
... 신달자 시집 <살 흐르다> 민음사 2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