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뜨다
여행의 역사 .................... 이병률
misslog@hanmail.net
2017. 8. 13. 08:19
2017. 7. 2. pm 2:12 제주 신애월항
햇살은 얼마나 누구의 편인가
무사했구나 싶었는데
떠나는 거였다
계절이 오나 보다 하는데
시절이 끝나는 거였다
아버지, 오셨어요?
하는데
아니다, 나가는 길이다
하신다
마음먹은게 아니라
모두가 마음을 놓고 가는 길이다
시계가 빨리 간다고 했더니
며칠 전부터 가지 않는 중이라 한다
꺽어져 비겁한 꽃대들만 밟히는데
우주의 물고기는 여전히 도착하는 중인가
어디를 묻는다
이 방향이 맞나요?
아니, 지나쳤습니다
쓸개의 고장이 아니다
지하에 머물고 있는 것도 아니다
치고 빠지는 바람처럼
뒤에서 자꾸 부르는데
돌아보면 아무도 없다
... 이병률 시집 <눈사람여관> 문학과지성사 2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