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뜨다

이따금 봄이 찾아와 .... 나희덕

misslog@hanmail.net 2011. 8. 21. 21:18

 

 

                                                                                        Veronica Petrova 作

 

 

 

 

내 말이 네게로 흐르지 못한 지 오래 되었다

 

말은

입에서 나오는 순간 공중에서 얼어붙는다

허공에 닿자 굳어버리는 거미줄처럼

 

침묵의 소문만이 무성할 뿐

말의 얼음조각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이따금 봄이 찾아와

새로 햇빛을 받은 말들이

따뜻한 물속에 녹기 시작한 말들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아지랑이처럼

물 오른 말이 다른 말을 부르고 있다

 

부디,

이 소란스러움을 용서하시라

 

 

... 나희덕 시집 <어두워진다는  것> 창작과비평사 2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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