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 作
너무 맑은 날 속으로만 걸어왔던가
습기를 견디지 못하는 마음이여
썩기도 전에
이 악취는 어디서 오는지,
바람에 나를 널어 말리지 않고는
좀더 가벼워지지 않고는
그 습한 방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바람은 칼날처럼 깊숙이,
꽂힐 때보다 빠져나갈 때 고통은 느껴졌다
나뭇잎들은 떨어져나가지 않을 만큼만
바람에 몸을 뒤튼다
저렇게 매달려서, 견디어야 하나
구름장 터진 사이로 잠시 드는 햇살
그러나, 아, 나는 눈부셔 바라볼 수 없다
큰 빛에 멀어서 더듬거려야 하고
너무 밝게만 살아온 삶은
흐린 날 속을 오래오래 걸어야 한다
그래야 맞다, 나부끼다 못해
서로 뒤엉켜 찢어지고 있는
저 잎새의 날들을 넘어야 한다
... 나희덕 시집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창비 19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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