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뜨다

비상 ........... 현경

misslog@hanmail.net 2012. 2. 21. 20:52

 

                                    Dance of the Beloved 김원숙 그림 부분 2002

 

 

 

"이모

나, 이모 딸 했으면 좋겠어요."

 

"꿈 깨.

이모 딸 하면 고생만 한다.

맨날 데모하러, 강연하러 다니느라

너를 돌보지도 않을 거야."

 

"돌보는 건 필요없어요.

나도 이모 옆에 있으면서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자유는 외로운 여자의 특권이야.

너 외로움을 견딜 자신 있어?"

 

"..... 아직 잘 몰라요."

 

"미래에서 온 편지를 받은 사람은

외로운 거란다."

 

"하지만 이모는 이모가 가슴 뛰는

그런 일을 하면서 살잖아요."

 

"하지만 가슴이 뛰는 만큼

빨리 그리고 많이 부서져."

 

"나 가슴이 부서지는 것쯤 두렵지 않아요."

 

열일곱 살 고운 볼이 빨개진다.

그래

나도 너만할 때

매일 매일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었지.

매일 매일 절벽에서 떨어져 부서지다가

어느 날 내 어깨가 가려워지면서

날개가 돋기 시작했지.

 

지금은 어깨가 가려운 시절

매일매일 절벽에 나아가거라.

매일 매일 절벽에 물어보거라.

절벽은 안다. 떨어질지 남아 있을지.

 

열렸을 때만 날 수 있는

무지갯빛 낙하산처럼

열일곱 살 꽃분홍 입술에

바리공주*가 입을 맞춘다

 

 

 

*바리공주 - 한국 무속의 여신.

저승으로부터 불사약을 구해와 죽은 부모를 살려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 현경 詩 <현경과 앨리스의 神나는 연애> 현경, 앨리스 워커 지음  마음산책 2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