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뜨다

그 날 ................ 이성복

misslog@hanmail.net 2012. 8. 9. 16:14

 

                                               MARK RIBOUD 作 꽃을 든 여인, 베트남 반전시위, 워싱턴D.C. 미국 1967년 10월 21일

                                                                                          

 


그날 아버지는 일곱시 기차를 타고 금촌으로 떠났고 여동생은 아홉시에 학교로 갔다 그날 어머니의 낡은 다리는 퉁퉁 부어올랐고 나는 신문사로 가서 하루 종일 노닥거렸다 前方은 무사했고 세상은 완벽했다 없는 것이 없었다 그날 驛前에는 대낮부터 창녀들이 서성거렸고 몇 년 후에 창녀가 될 애들은 집일을 도우거나 어린 동생을 돌보았다 그날 아버지는 未收金 회수 관계로 사장과 다투었고 여동생은 愛人과 함께 음악회에 갔다 그날 퇴근길에 나는 부츠 신은 멋진 여자를 보았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면 죽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날 태연한 나무들 위로 날아 오르는 것은 다 새가 아니었다 나는 보았다 잔디밭 잡초 뽑는 여인들이 자기 삶까지 솎아내는 것을, 집 허무는 사내들이 자기 하늘까지 무너뜨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새占 치는 노인과 便桶의 다정함을 그날 몇 건의 교통사고로 몇 사람이 죽었고 그날 市內 술집과 여관은 여전히 붐볐지만 아무도 그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 이성복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문학과지성사 19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