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래.

두 나무

misslog@hanmail.net 2012. 8. 22. 09:51

 

                                                                                  

 

 


높은 산 제일 높은 봉우리에 아름다운 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그 나무의 정수리는 땅 위에서 으뜸의 높이였고 하늘에선 그중 가까운 지상이었습니다.

 

햇빛은 날마다 이 나무를 빛으로 목욕시키듯이 감싸 안았고 흙 속에 묻힌 뿌리까지 따스하게 덥혀 주었습니다. 그 빛은 아래로 아래로 부챗살처럼 퍼지면서 산과 벌판을 골고루 데워 주었으므로 빛이 모자라  힘겨워하는 초목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말하자면 이 작은 나무는 많은 물을 마음껏 뽑아 쓰게 하는 저수지 같은 이치였습니다.

 

이 나무를 몹시 사랑하신 하느님께선 어느 날 자애로운 웃음을 지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편 산 위를 보아라. 자, 무엇이 있느냐?"

 

나무가 건너편 산 위를 자세히 바라보니 구름이 지나가는 아슬한 봉우리에 그 자신을 꼭 닮은 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보이느냐, 저 나무는 너의 친구다. 처음부터 나는 두 나무를 함께 만들었느니라."

 

이 말씀을 들은 나무는 기쁨에 겨워 울컥울컥 기침이 날 정도였습니다. 이 때부터 저편 산마루의 그 나무를 자주 바라보며 지냈는데, 어느 날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그리움이 사무쳐 하나님께 이렇게 여쭤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 나무와 만날 수 없을까요?"

 

"이미 너희는 만나지 않았느냐."

 

하나님은 오히려 이상하게 여기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 나무와 함께 있고 싶습니다 "

 

"이미 함께 있지 않느냐. 너희 두 나무는 뿌리에서 뿌리로 이어져 있느니라."

나무가 흙 속에 묻혀 있는 그 자신의 뿌리를 차례차례 하나씩 흔들어 보았더니 그중의 한 가닥이 마치 밧줄처럼 탄탄히 꼬아져서 저편의 나무뿌리까지 이어져 있었습니다.


"정말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

 

나무는 더욱 커다란 기쁨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안개가 자욱해 저편의 나무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하나님 , 저쪽 나무가 잘 있는지요?"

 

"그렇고 말고. 네가 탈 없이 지내는 게 바로 그 증거가 아니냐. 그래도 마음이 안 놓이거든 뿌리를 한번 보려무나 "

 

나무가 뿌리의 매듭을 살펴보니 전보다 더 실하게 엮어 있어서 더없이 안심이 되었습니다. 이제 나무는 날씨가 흐리거나 개는 일에 더 이상 상관하지 않으며 저쪽의 나무가 보이든 안 보이든 새삼 마음이 불안할 까닭도 없었습니다. 두 나무는 사실상 하나의 나무였고 이 믿음은 두 번 다시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아침이면 넘치도록 햇빛을 받아 순금의 나무처럼 보였습니다. 온 산과 벌판이 그 빛남을 나눠 가진다 해도 빛이 모자라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나무는 언제까지나 기쁨과 찬미의 나무니까요.

 

 

... 김남조 콩트집 <아름다운 사람들> 송영방 그림, 동화출판사 문학의문학 2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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