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10. pm 8:53
연민(憐愍), 그것도 시여(施輿)할 수 있어 施輿하는 자의 그것이 아니라, 施輿할 것도 없어 우두머니 보고만 있어야 하는 딱한 자들에 대한 共鳴. "네 손이 짧거던 내 손이나 길거나/ 내 손이 짧거던 네 손이나 길거나......" 하는 저 옛이얘기 속의 어느 구절과 매우 닮은, 딱한 느낌만이 남을 뿐인 그런 공명의 연민. 또 어느 경우에는 그 딱한 자들에게서는 오히려 무엇 지극히 서러운 것을 받으며 아니 가질 수 없는 그런 연민. - 이것은 내 시정신의 얼마 남지 않은 자산 목록 중에 아직도 그래도 남아 있는 것 같다. 이슬비 내리는 가을날 오후. 뻔득이 니야까 뒤에다 붙어 가는 국민학교도 못 가는 아이의 찢어진 고무신 사이 흙탕물이 스며드는 것을 보고 뒤따라가는 때의 딱한 마음.
- 서정주 <내 시정신에 마지막 남은 것들>
... <한접시의 시> 나희덕 지음 창비 2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