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 넘어 한글 배운 수문댁 |
몇 날 지나자 도로 표지판쯤은 제법 읽었는데 |
자응 장응 했던 것을 |
장흥 장흥 읽게되고 |
과냥 과냥 했던 것을 |
광양 광양 하게 되고 |
광주 광주 서울 서울 |
다 읽게 됐는데 |
새로 읽게 된 말이랑 이제껏 썼던 말이랑 |
통 달라서 |
말 따로 생각 따로 머릿속이 짜글짜글 했는데 |
자식 놈 전화 받을때도 |
옴마 옴마 그래부렀냐? 하다가도 |
부렀다와 버렸다 사이에서 |
가새와 가위 사이에서 |
혀와 쎄* 가 엉켜서 말이 굳곤 하였는데 |
어느 날 변소 벽에 써진 말 |
수문 양반 왕자지 |
그 말 하나는 옳게 들어왔는데 |
그 낙서를 본 수문댁 |
입이 눈꼬리로 오르며 |
그람 그람 우리 수문 양반 |
왕자거튼 사람이었제 |
왕자거튼 사람이었제 |
*쎄: '혀'의 전라도 방언
... 이대흠 <애지> 2005,겨울 ...
|
'시, 눈뜨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억할 만한 지나침 ........... 기형도 (0) | 2009.09.03 |
---|---|
이별 1 ....... 정진규 (0) | 2009.09.02 |
티베트의 어느 스님을 생각하며 ........... 이성선 (0) | 2009.09.02 |
재춘이 엄마 .......... 윤제림 (0) | 2009.09.02 |
그대의 발명 ................ 박정대 (0) | 2009.0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