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ian Perez 作
서러워 말자 나는 늘 경계만 헤맨다 넘어가지는 않는다 너를 드나들지는 않는다
넘어가면 내 집으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음을 나는 안다 너 또한 그러하리 우리
는 위험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나는 이별을 익혀왔다 간절해지면 겨우 경계까지
가기는 간다 경계만 헤맨다 해 질 때까지 거기서 놀다가 돌아온다 그래, 나는 경
계를 가지고 논다 그것이 나를 지켜주고 있다 경계는 이어진 곳이 아니라, 넘어가
는 다리가 아니라 나를 지켜 주고 있는 극단이다 이별이 허락하는 극단의 내 집이다
극단의 약이다 극약이다 부드러운 극약이다 나는 이 극약을 먹으며 논다 맛있는 슬픔,
오래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있고 네가 있다
... 정진규 시집 <알詩> 19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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