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뜨다

물의 고백 .............. 권경인 *

misslog@hanmail.net 2011. 10. 3. 12:23

 

                                                                                   2011. 10. 3. am 11:05

 

 

 

 

  죽어 있는 것들에게서 가장 진한 삶의 냄새가 난다 황량한 잡목 숲에서

시작되는 알 수 없는 열기에 취해 나는 가련다

  외로움의 끝을 보려는 자 오라 지금 이 숲속의 사막, 어둑한 눈발 속으로

그리고 같이 가자 꿈 없이 사는 일에 오래 익숙해진 얼굴을 하고

  아직 들판은 살아 있으리 가진 것 하나 없이도 갈 수 있는 유일한 땅,

완전히 비어 있으므로 다 가질 수 있는 곳

  우리, 막막한 어둠 아프게 짚으며 도달하면 거기 드넓은 하늘 밝은 빛의 눈사태

  그러나 그토록 오랜 세월 헤매다니고도 나는 꿈속의 너를 볼 밖에 없다

네 손은 어쩌면 그리도 차가워서 내 마음 다치게 하는 것이냐

  사랑은 기다리지 않아도 곧 지나가고 마는 것 불꺼진 창 가까이 바람소리

듣는다 혼자라는 사실이 오늘은 먼 불빛 같다 누군가 돌아오는 길을 밝히고 서 있는


... 권 경인 시집 <변명은 슬프다> 창작과 비평사 19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