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뜨다

생의 빛살 ............. 조은 *

misslog@hanmail.net 2012. 4. 16. 01:53

 

                                                                                2012. 4.5. pm 7:10

 

 

 

 

고속도로변 아파트 밀집 지역을 지나며

집집마다 흘러나오는 불빛에 마음 흔들린다

그 동요가 너무 심해

앞만 보고 운전하던 언니가 돌아보며

무슨 일 있었냐고 묻는다

 

 

 

아무 일 없었다, 잘 지냈다, 했지만

삼십 년 넘게 같은 방을 쓰다가 늦게 결혼한

언니는 한동안 묵묵히 있다가

또 묻는다

 

 

 

나는 늘 순도 높은 어둠을 그리워했다

어둠을 이기며 스스로 빛나는 것들을 동경했다

겹겹의 흙더미를 뚫는

새싹 같은 언어를 갈망했다

 

 

 

처음이다. 이런 마음은

슬픔도 외로움도 아픔도 불빛으로

매만지고 얼싸안는

저 무리에서 혼자 떨어져

몸이 옹관처럼 굳어가는 것 같은

 

 

 

몸이

생의 빛살에 관통당한 것 같은

 

 

 

 

 

... 조은 시집 <생의 빛살> 문학과지성사, 2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