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뜨다

태양의 따님 ......... 배한봉

misslog@hanmail.net 2012. 12. 19. 14:31

 

 

                                                                                                                      SOMAZU 作

 

 

 저 여자, 입술 참 붉다

 입맞춤도 못하겠다 타오르는 정염, 달디단 그 속살에 내 몸 다 녹아버리겠다

 

 여름날의 폭풍우가 사나흘씩 열 번도 더 멍 시퍼렇게 들도록 후둘겨도 울음 한번 터트리지 않던 여자

 초가을 잠자리 날개 같은 볕살의 유혹에서 그저 홍조 한번 띠고 말던 여자

 그 무엇이 삶의 꺾임과 휘어짐을 먹어치운 것일까

 높다란 가지 창천 가운데 걸쳐, 붉디붉으나 천박하지 않고 매혹적이나 함부로 웃음 던져줄 것 같지 않은 여자

 

 가을이면 노랗게 익어 추자라 부르는 치자도 있고

 가을 첫머리 붉게 익혀 추희라 부르는 자두도 있지만,

 서리 맞아 더 싯뻘게진 늦가을 홍시

 너는 태양의 따님

 

 가을 하늘과 혼인하여 우주의 기운 나무 몸속으로 받아들이는 태양의 따님

 

 아무도 모르는 신음이

 나무 몸피를 타고 땅으로 내려오고 있다

 세상 다 녹이고도 남을 붉은 입술의 힘, 어느새 감나무 뿌리 감싸고 있다.

 

 

... 배한봉 詩 <2011 소월시문학상작품집> 문학사상 2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