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AZU 作
저 여자, 입술 참 붉다
입맞춤도 못하겠다 타오르는 정염, 달디단 그 속살에 내 몸 다 녹아버리겠다
여름날의 폭풍우가 사나흘씩 열 번도 더 멍 시퍼렇게 들도록 후둘겨도 울음 한번 터트리지 않던 여자
초가을 잠자리 날개 같은 볕살의 유혹에서 그저 홍조 한번 띠고 말던 여자
그 무엇이 삶의 꺾임과 휘어짐을 먹어치운 것일까
높다란 가지 창천 가운데 걸쳐, 붉디붉으나 천박하지 않고 매혹적이나 함부로 웃음 던져줄 것 같지 않은 여자
가을이면 노랗게 익어 추자라 부르는 치자도 있고
가을 첫머리 붉게 익혀 추희라 부르는 자두도 있지만,
서리 맞아 더 싯뻘게진 늦가을 홍시
너는 태양의 따님
가을 하늘과 혼인하여 우주의 기운 나무 몸속으로 받아들이는 태양의 따님
아무도 모르는 신음이
나무 몸피를 타고 땅으로 내려오고 있다
세상 다 녹이고도 남을 붉은 입술의 힘, 어느새 감나무 뿌리 감싸고 있다.
... 배한봉 詩 <2011 소월시문학상작품집> 문학사상 2011 ...
'시, 눈뜨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망초꽃 ........... 송기원 * (0) | 2012.12.22 |
---|---|
크나큰 잠 ........... 정끝별 (0) | 2012.12.19 |
정처없는 건들거림이여 .......... 허수경 (0) | 2012.12.18 |
작은 짐승 ...... 신석정 (0) | 2012.12.16 |
어찌하여 민들레 노란 꽃은 이리 많은가? ........ 장석남 (0) | 2012.1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