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창헌 作 빛의 예감 2010
손보다는 섬모가 좋다
인간다움이 제거된 부드러운 털이 좋다
둥글고 잘 휘어지는 등이 좋다
구불구불 헤엄치는 무정형의 등이 좋다
휩쓸고 지나가도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
온순한 맨발이 좋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매순간 새롭게 생겨나는 위족이 좋다
때로 썩어가는 먹이를 구하지만
소화시킬 수 없는 것은 다시 내보내는 식포가 좋다
맑은 물에도 살고 짠물에도 살며
너무 많은 물은 머금지 않는 수축포가 좋다
물과 공기가 드나드는 투명한 막이 좋다
일정한 크기가 되면
둘로 쪼개지는 가난한 영토가 좋다
둘로 나뉘지만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아서 좋다
그는 사랑한 것이 아니라
어느 날 찾아온 목소리를 들었을 뿐이다
한 아메바가 다른 아메바를 끌어안았던 태고의 신비.*
그 저녁의 온기를 기억해낸 것뿐이다
섬모와 섬모가 닿았던 감촉을 다시 느끼고 싶었을 뿐이다
*우창헌 회화전<희생>2009 서문중의 한 구절.
... 나희덕 詩 <2011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 중앙북스 2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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