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11. pm 12:35
살갗에 닿아 아찔한 순간이 있지, 어떤 바람
그 바람을 말로 옮길 수 있을까
이를테면 초가을 늦은 하오
숲으로 걸어갈 때 내 곁에 아무도 없을 때
슬쩍 옆 이마 또는 어깨죽지를 건드리고 가는
속눈썹을 미세하게 흔드는, 서늘하고 아득한,
흐르는 무엇을 몸으로 겪는, 두렵고도 매혹적인
어느 곳 어느 때로 나를 실어가려는 듯한
전생 어느 때 겪은 치명적 느낌
아니면 태어나 처음 숨쉬던 느낌일까
기억해낼 수는 없지만
내 생애 전체를 뒤흔드는, 아니면 뒤흔들 듯한
언제가 꼭 뒤흔들었던 것 같은
기다린다고 곧 또 오지 않는 그런 바람이 불면
... 이희중 시집 <참 오래 쓴 가위> 문학동네 2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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