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25. pm 12:58
나는 여럿이 아니라 하나
나무 이파리처럼 한 몸에 돋은 수백 수천이 아니라 하나
파도처럼 하루에도 몇백 년을 출렁이는
울컥임이 아니라 단 하나
하나여서 뭐가 많이 잡힐 것도 같은 한밤중에
그 많은 하나여서
여전히 한 몸 가누지 못하는 하나
한 그릇보다 많은 밥그릇을 비우고 싶어 하고
한 사람보다 많은 사람에 관련하고 싶은
하나가 하나를 짊어진 하나
얼얼하게 버려진, 깊은 밤엔
누구나 완전히 하나
가볍고 여리어
할 말로 몸을 이루는 하나
오래 혼자일 것이므로
비로소 영원히 스며드는 하나
스스로를 닫아걸고 스스로를 마시는
그리하여 만년설 덮인 산맥으로 융기하여
이내 녹아내리는 하나
... 이병률 시집 <눈사람 여관> 문학과지성사 2013 ...
'시, 눈뜨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들국화 ................ 천상병 (0) | 2013.10.18 |
---|---|
거울과 눈 .............. 최승호 (0) | 2013.10.06 |
불가능한 것들 ........... 이병률 (0) | 2013.10.01 |
취한 사람 ...... 이생진 (0) | 2013.09.16 |
그대와 나 ........ 잘랄루딘 루미 (0) | 2013.09.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