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뜨다

혼자 .................. 이병률

misslog@hanmail.net 2013. 10. 1. 10:06

 

                                                         2013. 9. 25.  pm 12:58

 

 

 

 

 

나는 여럿이 아니라 하나

나무 이파리처럼 한 몸에 돋은 수백 수천이 아니라 하나

파도처럼 하루에도 몇백 년을 출렁이는

울컥임이 아니라 단 하나

하나여서 뭐가 많이 잡힐 것도 같은 한밤중에

그 많은 하나여서

여전히 한 몸 가누지 못하는 하나

 

 

한 그릇보다 많은 밥그릇을 비우고 싶어 하고

한 사람보다 많은 사람에 관련하고 싶은

하나가 하나를 짊어진 하나

 

 

얼얼하게 버려진, 깊은 밤엔

누구나 완전히 하나

가볍고 여리어

할 말로 몸을 이루는 하나

 

 

오래 혼자일 것이므로

비로소 영원히 스며드는 하나

 

 

스스로를 닫아걸고 스스로를 마시는

그리하여 만년설 덮인 산맥으로 융기하여

이내 녹아내리는 하나

 

 

... 이병률 시집 <눈사람 여관> 문학과지성사 2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