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뜨다

거울과 눈 .............. 최승호

misslog@hanmail.net 2013. 10. 6. 15:42

 

 

                                                            2013. 10. 05. pm 5:38

 

 

 

 

 

아무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이

나인

空王처럼

 

고요한 투명성의 來歷은 오래된 것이다

눈꺼풀을 떼어낸 눈처럼

거울은 눈을 감지 못하고 있다

 

*

거울이 하나의 눈이라면 그것은 눈꺼풀 없는 눈, 속눈썹 없는 눈, 눈동자가 없는 눈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달마가

늘 깨어 있으려고 자신의 눈꺼풀을 잘라냈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아무튼 거울이 하나의 눈이라면

그 눈은 우리를 무심하게 보고 있다. 허공은 얼마나 큰 거울이며 無邊眼(무변안)인가. 안과 밖, 앞과 뒤가 없는,

통째로 맑고 고요한 눈알이 허공이다. 변화무쌍하게 흘러가는 것들과 절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을 명상하기 위해

인간은 거울을 만든 것이 아닐까? 영원히 눈을 감지 못하는 거울을.

 


... 최승호 시집 <아무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인 나>열림원 2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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