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뜨다

몸살 ............ 이병률

misslog@hanmail.net 2013. 10. 25. 18:38

 

 

                                                                                                         2013. 10. 15. am 8:53

 

 

 

한 번을 녹으면 영원히 얼지 못하는 얼음처럼

한 번 아픈 것이 영원히 낫지 않는다

낫지 않으니 축적이다

독을 내몰고 새 독을 품으려니 갱신이다

 

이 몸이 불길을 지킬 것이니

몸아, 몸을 귀찮게 마라

 

피와 식사에 애틋하게 관여하고

영혼의 물을 흘리며

우리는 조금 더 늙겠지만

 

어쩌면 이토록 한 사람 생각으로

이 밤이 팽팽할 수 있느냐

 

저리도 곡선으로 떼를 지어 할 말이 많은 것은

우리가 어쩔 수 없는 곳으로 이끌리더라도

어쩔 수 없음을 알게 되는 것이냐

 

어제는 단어가

오늘은 전부가 생각나지 않았다

몸살은 절寺이어서 허공이 깊다

 

그리고 무슨 암시가 있으려나

사랑이 끝나는 자리에 한번쯤 미리 다녀오라고

새가 자꾸 울어대더라도

 

몸살아, 다 그만두고

연애처럼 문자라도 나눠 가졌음 한다

 

비밀 하나 입에 넣고 열지를 말았으면 한다

마음처럼 눈금을 표시해 거리를 기록해 두었으면 한다

몸살아, 다 그만두고 술병 놓고 농담하러 가자

 

그러나 그러다 안 되면 허물어 버린 것들이 쌓이고

묻어 버린 것들은 돋아나기 시작하려나

 

 

... 이병률 詩 <2013 제13회 노작문학상수상작품집> 동학사 2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