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뜨다

겨울 서신 ............ 장철문

misslog@hanmail.net 2014. 1. 1. 12:01

 

 

                                                                              2013. 2. 1.  pm 4:24

 

 

 

 

당신이 헐벗고 내가 헐벗어서
겨울산이 스산하다
바람이 사방팔방으로 와서
여기까지 오는 길이
춥고 허기졌으나
손과 손이, 가슴과 가슴이
만나서 따뜻하다
당신은 더 깊이 파고들어라
흙이 겨울 씨앗을 받듯이
깊이 안으마
우리 이렇게 겨울나무처럼
아랫도리가 젖어서
낙엽을 덮고,
바람은 웃풍처럼 지나간다
당신과 내가 헐벗어서
겨울산이 더 깊이 저를 비운다

 

 


... 장철문 시집『바람의 서쪽』, 창작과 비평사 19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