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ene Knoop 作
오셔요. 당신은 오실 때가 되었어요, 어서오셔요
당신은 당신의 오실 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당신의 오실 때는 나의 기다리는 때입니다.
당신은 나의 꽃밭으로 오셔요. 나의 꽃밭에는 꽃들이 피어 있습니다.
만일 당신을 좇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당신은 꽃 속으로 들어가서 숨으십시오.
나는 나비가 되어서 당신 숨은 꽃 위에 가서 앉겠습니다.
그러면 좇아오는 사람이 당신을 찾을 수는 없습니다.
오셔요. 당신은 오실 때가 되었습니다. 어서 오셔요.
당신은 나의 품으로 오셔요. 나의 품에는 부드러운 가슴이 있습니다.
만일 당신을 좇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당신은 머리를 숙여서 나의 가슴에 대십시오.
나의 가슴은 당신이 만질 때에는 불같이 보드랍지마는 당신의 위험을 위하여는 황금의 칼도 되고, 강철의 방패도 됩니다.
나의 가슴은 말굽에 밟힌 낙화(洛花)가 될지언정 당신의 머리가 나의 가슴에서 떨어질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좇아오는 사람이 당신에게 손을 댈 수는 없습니다.
오셔요. 당신은 오실 때가 되었습니다. 어서 오셔요.
당신은 나의 죽음 속으로 오셔요. 죽음은 당신을 위하여의 준비가 언제든지 되어 있습니다.
만일 당신을 좇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당신은 나의 죽음을 뒤에 서십시오.
죽음은 허무(虛無)와 만능(萬能)이 하나입니다.
죽음의 사랑은 무한(無限)인 동시에 무궁(無窮)입니다.
죽음의 앞에는 군함과 포대(砲臺)가 티끌이 됩니다.
죽음의 앞에는 강자와 약자가 벗이 됩니다.
그러면 좇아오는 사람이 당신을 잡을 수는 없습니다.
오셔요. 당신은 오실 때가 되었습니다. 어서 오셔요.
... 한용운 시집 <님의 침묵> 책만드는집 2012 ...
* 님의 침묵 시집은 1926년 회동서관에서 초판 발행, 1934년 한성도서 주식회사에서 재판을 발행하였다.
'시, 눈뜨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화상 .............. 유안진 (0) | 2014.01.04 |
---|---|
한숨의 크기 - 어머니학교 19 ........... 이정록 (0) | 2014.01.03 |
향엄격죽[香嚴擊竹] .................. 향엄지한香嚴智閑 (0) | 2014.01.02 |
오늘 ............. 토마스 칼라일 (0) | 2014.01.02 |
요즘 내 문제는 ........ 김경미 (0) | 2014.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