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13. pm 3:15
너의 부재 속으로 시간이 흐르고 흐르고 하는 동안
먼 전쟁처럼 나는 살았다
생의 쭉정이들에 실리어 대책없이 퍼부어지던 폭우를
오래 제 마음에 점등하고도 작은 식탁 하나 밝히지 못한
마디마디 쓴 잔의 얼굴들을
내내 견디었었다
요즘은 자주 불안한 꿈 속을 다녀오곤 한다
허술하고도 푸른 집 한 채 외따로 서 있는 어둠 가까이
새들이 수많은 길들을 풀어 놓는다
그곳에 또 겨울이 오고
이상한 슬픔 번지는 막막한 나날들
너는 어딘가에 정말 있기나 한 것인가 그리하여
무거운 생의 표적을, 그 비밀을 내게 보일 수 있을 것인가
... 권경인 시집 <변명은 슬프다> 창작과비평사 19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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