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뜨다

금 간 꽃병 ........... 쉴리 프뤼돔

misslog@hanmail.net 2014. 2. 7. 17:51


 

                                                   Robert Mapplethorpe 作 1988




이 마편초꽃이 시든 꽃병은
부채가 닿아 금이 간 것. 
살짝 스쳤을 뿐이겠지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으니.
하지만 가벼운 상처는 하루하루 수정을 좀먹어 들어
보이지는 않으나 어김없는 발걸음으로
차근차근 그 둘레를 돌아갔다.
맑은 물은 방울방울 새어나오고
꽃들의 향기는 말라들었다.
손대지 말라, 금이 갔으니 
곱다고 쓰다듬는 손도 때론 이런 것
남의 마음을 스쳐 상처를 준다.
그러면 마음은 절로 금이 가
사랑의 꽃은 말라죽는다.
사람들의 눈에는 여전히 온전하나
마음은 작고도 깊은 상처에 혼자 흐느껴 운다. 
금이 갔으니 손대지 말라.

... 쉴리 프뤼돔 詩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엮음, 오래된미래 2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