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7. pm 2:02
오늘밤 나는 비 맞는 여치처럼 고통스럽다
라고 쓰다가, 너무 엄살 같아서 지운다
하지만 고통이여, 무심한 대지에서 칭얼대는 억새풀
마침내 푸른빛을 얻어내듯, 내 엄살이 없었다면
넌 아마 날 알아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열매의 엄살인 꽃봉오리와
내 삶의 엄살인 당신,
난 오늘밤, 우주의 거대한 엄살인 별빛을 보며
피마자는 왜 제 몸을 쥐어짜 기름이 되는지
호박잎은 왜 넓은 가슴인지를 생각한다
입술을 달싹여 무언가 말하려다,
이내 그만두는 밑둥만 남은 팽나무 하나
얼마나 많은 엄살의 강을 건넌 것일까
... 유하시집 『세상의 모든 저녁』 민음사, 1993 ...
'시, 눈뜨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인의 아름다움에서만 ................ 아담 자가예프스키 (0) | 2015.05.09 |
---|---|
나의 사랑은 나비처럼 .................. 유하 (0) | 2015.05.09 |
휘파람새 둥지를 바라보며 .................... 유하 (0) | 2015.05.08 |
나무 ..................... 유하 (0) | 2015.05.06 |
물방울 소묘 ................ 박희진 (0) | 2015.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