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뜨다

파문 ............................... 이병률

misslog@hanmail.net 2017. 10. 23. 16:45


                                                                                                                                      2017. 10. 19. 화담숲





세상 모든 별을 관장하는 하나의 별이 있다


그 별이 한번 뒤척이면

먼발치의 별자리가 조금씩 밀린다


조금씩 밀리고 밀려

발을 헛디뎌 떨어지는 별이 있을 것이며


그때는 오는 9월과 10월과 11월 사이 어느 때여서

우리 사랑의 광채도 홀연히 끝날 것이며


물살이 아프게 가슴께로 흐른 뒤

그뜨거운 용암이 끝내 식을 무렵


실로 춥고 캄캄하여 간절히 눈을 감으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밤하늘에 써내려간 저 답들은

한 번 더 밀릴 것이고


잘못 적어 밀린 답들은

어느 시인 집 앞에 보이게 버려질 것이다



... 이병률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 문학과지성사 2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