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뜨다

황홀한 잡것들 ............. 정진규

misslog@hanmail.net 2017. 10. 23. 17:15



                                                                                                                                                         2017. 10. 19. pm 3:09  화담숲




풍아전파사 옆에 노래방이 새로 생긴 것은 알지만 그게 오른쪽인지 왼쪽인지를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 자꾸 두렵다 두려운 

것이 두렵다 지금 곧장 그리로 가서 그걸 확인하면 끝날 수 있는 일을 지금 그걸 기억할 수 없는 나에 대해서만 자꾸 매달린다 가서 확인하는

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 사실에 대하여 나는 감옥을 짓고 있다 어제는 네 턱밑의 검은 점이 오른쪽인지 왼쪽인지 그게

각나지 않아 하루종일 시달렸다 하긴 요즈음 나는 백까지도 제대로 세지 못하다 중간에서 자꾸 틀린다 잡것들과 놀다가 길을 잃는다 그래서

제나 처음 시작한 자리에 되돌아와 있다 문을 열면 또 황홀한 잡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밤에도 등불 들고 웅기중기 황홀한 잡것들이

 

 

... 정진규 <알시>알60 세계사 19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