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19. pm 3:09 화담숲
풍아전파사 옆에 노래방이 새로 생긴 것은 알지만 그게 오른쪽인지 왼쪽인지를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 자꾸 두렵다 두려운
것이 두렵다 지금 곧장 그리로 가서 그걸 확인하면 끝날 수 있는 일을 지금 그걸 기억할 수 없는 나에 대해서만 자꾸 매달린다 가서 확인하는 것
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 사실에 대하여 나는 감옥을 짓고 있다 어제는 네 턱밑의 검은 점이 오른쪽인지 왼쪽인지 그게 생
각나지 않아 하루종일 시달렸다 하긴 요즈음 나는 백까지도 제대로 세지 못하다 중간에서 자꾸 틀린다 잡것들과 놀다가 길을 잃는다 그래서 언
제나 처음 시작한 자리에 되돌아와 있다 문을 열면 또 황홀한 잡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밤에도 등불 들고 웅기중기 황홀한 잡것들이
... 정진규 <알시>알60 세계사 1997 ...
'시, 눈뜨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론 .................. 마이코프스키 (0) | 2017.11.11 |
---|---|
있지 ............... 이병률 (0) | 2017.10.29 |
파문 ............................... 이병률 (0) | 2017.10.23 |
이 넉넉한 쓸쓸함 ............... 이병률 (0) | 2017.10.04 |
이별의 원심력 .............. 이병률 (0) | 2017.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