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뜨다

말과 별 ............... 신경림

misslog@hanmail.net 2017. 12. 27. 12:13



                                                                                              2017. 12. 15. am 6:22  Non Nuoc




-소백산에서                                          

 

나는 어려서 우리들이 하는 말이

별이 되는 꿈을 꾼 일이 있다.

들판에서 교실에서 장터거리에서

벌떼처럼 잉잉대는 우리들의 말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는 꿈을.

머리 위로 쏟아져내릴 것같은

찬란한 별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어릴 때의 그 꿈이 얼마나 허황했던가고.

아무렇게나 배앝는 저 지도자들의 말들이

쓰레기같은 말들이 휴지조각 같은 말들이

욕심과 거짓으로 얼룩진 말들이

어떻게 아름다운 별들이 되겠는가.

하지만 다시 생각한다. 역시

그 꿈은 옳았다고.

착한 사람들이 약한 사람들이

망설이고 겁먹고 비틀대면서 내놓는 말들이

괴로움 속에서 고통 속에서 내놓는 말들이

어찌 아름다운 별들이 안되겠는가.

아무래도 오늘밤에는 꿈을 꿀 것 같다.

내 귀에 가슴에 마음속에

아름다운 별이 된

차고 단단한 말들만을 가득 주워담는 꿈을.



... 신경림 기행시집 <길> 창작과비평사 19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