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15. am 6:22 Non Nuoc
-소백산에서
나는 어려서 우리들이 하는 말이
별이 되는 꿈을 꾼 일이 있다.
들판에서 교실에서 장터거리에서
벌떼처럼 잉잉대는 우리들의 말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는 꿈을.
머리 위로 쏟아져내릴 것같은
찬란한 별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어릴 때의 그 꿈이 얼마나 허황했던가고.
아무렇게나 배앝는 저 지도자들의 말들이
쓰레기같은 말들이 휴지조각 같은 말들이
욕심과 거짓으로 얼룩진 말들이
어떻게 아름다운 별들이 되겠는가.
하지만 다시 생각한다. 역시
그 꿈은 옳았다고.
착한 사람들이 약한 사람들이
망설이고 겁먹고 비틀대면서 내놓는 말들이
괴로움 속에서 고통 속에서 내놓는 말들이
어찌 아름다운 별들이 안되겠는가.
아무래도 오늘밤에는 꿈을 꿀 것 같다.
내 귀에 가슴에 마음속에
아름다운 별이 된
차고 단단한 말들만을 가득 주워담는 꿈을.
... 신경림 기행시집 <길> 창작과비평사 19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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