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래.

테오에게

misslog@hanmail.net 2008. 6. 4. 19:25

 

 

 

 

 

 

테오에게.

 펜과 종이를 대할 대처럼  물감을 사용할 때도 부담이 없었으면 좋겠다.
 색을 망칠가 싶어 두려워하다 보면 꼭 그림을 실패하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부자였다면 지금보다 물감을 덜 썼을 것이다.

 모파상의 소설에 등장하는 토끼 사냥꾼을 기억하니?
 10년 동안 사냥감을 좇아 열심히 뛰어다녀서 녹초가 되었는지,
 결혼할 생각을 했을 때는  더 이상 그게 서지 않던 사람을.
 그 때문에 그는 아주 초조해지고 슬퍼했지.
 결혼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하고 싶지도 않지만,

 육체적으로 나는 그와 비슷해지고 있다.
 뛰어난 선생 지엠에 따르면,  
 남자는 더 이상 발기할 수 없는 순간부터 야망을 품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발기하느냐 마느냐가 더 이상 문제가 안 된다면, 
 나는 야심을 품을 수밖에 없지.

 시인, 음악가, 화가....
 그 모든 예술가들이  불우하게 살았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네가 최근에 모파상에 대해 했던 말도  그 사실을 증명해주는 것 아니냐.
 이건 영원히 되풀이되는 물음을 다시 묻게 한다.
 우리는 삶 자체를 볼 수 있을까
 아니면 죽을 때까지  삶의 한 귀퉁이밖에 알 수 없는 것일까?
 죽어서 묻혀버린 화가들은  그 뒷세대에 자신의 작품으로 말을 건다

 지도에서  도시나 마을을 가리키는  검은 점을 보면 꿈을 꾸게 되는 것처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그럴 때 묻곤하지.
 프랑스 지도 위에 표시된 검은 점에게 가듯
 왜 창공 위에서 반짝이는 저 별에게 갈 수 없는 것일까.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하는 것처럼,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듯,  
 살아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다.
 증기선이나 합승마차, 철도 등이  지상의 운송수단이라면
 콜레라, 결석, 결핵, 암등은  천상의 운송수단인지도 모른다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간다는 것이지......
 

-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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