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래.

고양이가 돌아왔으면 좋겠어

misslog@hanmail.net 2008. 6. 30. 00:13

 

 

 

 

 

 

 

 

 

떠나는 누군가를 붙잡기 위해 너무 오래 매달리다 보면

내가 붙잡으려는 것이 누군가가 아니라, 대상이 아니라

과연 내가 붙잡을 수 있는가, 없는가의 게임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게임은 오기로 연장된다.

내가 버림받아서가 아니라 내가 잡을 수 없는 것들이

하나 둘 늘어간다는 사실에 참을 수 없어 더 이를 악물고 붙잡는다.

사람들은 가질 수 없는 것에 분노한다.

 

 

당신이 그랬다. 당신은 그 게임에 모든것을 몰입하는라

전날 무슨 일을 했는지 뒤를 돌아볼 시간조차 없었다.

당신은 그를 '한번 더 보려고'가 아닌

당신의 확고한 열정을 자랑하기 위해 그를 찾아다니는 것 같았다.

그걸 전투적으로 포장했고, 간혹 인간적인 순정으로 위장하기도 했다.

모든 것이 끝나버린 후, 그 끝 지점을 확인하는 순간

큰 눈처럼 닥쳐올 현실을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당신은.

 

 

그 무렵 나는 당신을 그 절망에서 꺼내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도화지를 기다랗게 말아 눈에 대고는

그곳을 통해 단 한 가지만 보려 드는 당신,

그런 당신에게 어울리는 건 한참 느슨하고 모자란,

나 같은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

 

 

허나, 당신은 몇 년째 그대로였다.

여전히, 오랜만에 길가에서 마주친 나 같은 사람은

아침 신문에 끼여 배달되어 오는 전단지 같았다.

어떻게 그 모든 것들이 몇 년 전과 똑같은 그대로일 수 있을까.

어떻게, 사랑을 거둬버린 그를 향해

다시 사랑을 채우겠다고, 네살 난 아이처럼 억지 부리는 일로

세상 모든 시간을 소진할 수 있단 말인가.

당신은 고장난 장난감처럼

덜그럭덜그럭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낯선 곳에 가 있으면서 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균형을 잃은지 오래이면서도 그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고양이처럼 돌아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어찌 될 것인지, 어찌해야 할 것인지를

결코 당신이라는 고양이는 알려주지 않는다.

 

 

...이병률 산문집<끌림>#46 고양이가 돌아왔으면 좋겠어  랜덤하우스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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