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누워 배꼽에 얹어놓고 흔들었을 때 굴러떨어지면 상수리, 잘 박혀 있으면 도토리.
귓구멍에 박아넣어도 쏙 빠지면 상수리, 큰일났다 싶어지면 도토리.
꼬마들 구슬치기 대용이 되면 상수리, 그렇지 못하면 도토리.
속을 파내고 호루라기로 쓸 수 있는 건 상수리, 되레 손가락 파먹는 것은 도토리.
떡메 맞고 후두둑 떨어지는 건 상수리, 여물어 저 혼자 떨어지는 건 도토리.
줍다가 말벌에 쏘일 수도 있는 건 상수리, 땅벌에 쏘이게 되면 도토리.
구워서 먹을 만하면 상수리, 숯 부스러기만 남는 건 도토리.
동네총각 주머니로 가는 것은 상수리, 꼬부랑할망구 앞치마로 가는 것은 도토리.
맷돌에 넣고 갈 때 너무 커서 암쇠에서 매좆이 쑥쑥 빠지는 건 상수리, 금방 가루가 되는 것은 도토리.
떨어질 때 산토끼 다람쥐가 깜짝 놀라면 상수리, 아무도 모르면 도토리.
묵을 쒔을 때 빛이 나고 찰지면 상수리, 거무튀튀하고 틉틉하면 도토리.
잠깐 동안 이만큼 주울 수 있으면 상수리, 찾아다니다가 발목만 삐는 건 도토리.
갓난아들 불알만하면 상수리, 할아버지 썩은 송곳니만하면 도토리."
... 이정록 시집<정말> 발문 중에서 창비 2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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