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4. pm 5:39
피는 삼 일 쏟아지고 멈춰 점점 짧아져 더는 붉을 수도 없을 것 같은 불안의 색감에 휩싸여 아끼던 표정 하나를 더 잃어버리는 일이 노쇠였을까 경멸의 눈빛에는 어떤 것이 남아 있을까 몇 가지 종류일까 얼마나 더 반응하고 대응하듯 배워야 할까
너는 나와 너의 중간에 선 채 나를 향하지도 너를 향하지도 않고 있는데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나 나를 기다리고 있나 하늘을 올려다보는 오늘 아침의 정서는 길고 긴 눈물의 시기 언제부터인가 나는 주로 파란 쪽을 주시한다 친구가 가면 친구가 오는 것처럼 원할 때 원하는 장면처럼 필요할 때 필요한 사람처럼 이른 아침 꽃을 사러 가는 발걸음으로 화원에 갔다가 돌아오는 희망처럼
인산인해는 한 사람을 더 외롭게 하지만
오늘은 후각에 의지하며 검은 바탕에 파란 향
안개를 꽃이라 부르던 사람 의도를 지우는 바람
어렴풋하게 아련하다 아련하게 어렴풋하다
어제를 지울수록 수월해지는 것들
좋은 냄새가 났으면 좋겠어 나고 싶어 싹 나고 싹 다 낫고 싶어 내가 맡는 나의 냄새 다른 이에게도 안 좋을까 봐 피하려 하다가 나는 파란 나라의 파란 쪽의 평안과 파란 향을 소유하는 방법에 대해 더듬더듬 말을 시작하고 나를 두번째 나에게 인수인계하면 넘겨받고 넘겨주는 일이 한 단계 넘고 또 넘는 일 같기도 하고
파란 나라 다 낡고 오래된 주어가 아직 삭지도 않을 때 꿈꾸는 파란 나라 그 나라의 오늘 아침의 정서는 누군가 말갛게 닦아준 안경처럼 선명할 것만 같고 파란 나라 너와 나의 약한 부분으로 인해 우리의 장점을 만들어내는 나라 한껏 어긋난 후에야 보이는
... 황혜경 시집 < 느낌氏가 오고 있다> 문학과지성사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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