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13. pm 6:15
문자나 전화나 편지질보다는
혼자서 저 혼자에 최대한 몰입되어
저 혼자의 사랑에 심각해지는 날에
저 혼자만을 사랑하여
박살내지 않고는 못 견딜 날씨에
헤밍웨이는 방아쇠를 당겨서
미시마 유끼오는 배를 갈라서
버지니아 울프는 강물로 달려가서
X씨들은 한강교 난간에서 날개를 펼쳐서
직성(直星)을 풀었다지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 때문에
알파보다는 오메가에 더 어울리는 이런 날씨에는
일주일치 독감약을 한 입에 털어 넣고
즉각 고자리서 꽃송이로 터지기에 딱 좋은 날씨에
아뿔싸, 때 놓친 줄을 겨우 깨닫다니
너무 늦어버려 직성 풀 수 없는 날에
달아난 혼자 아지랑 아지랑
사방 팔방에서 비웃는 줄을 겨우 눈치채다니.
... 유안진 시집<거짓말로 참말하기> 천년의시작 2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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