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22. pm 4:13
종일 바람 부는 날, 밖을 보면
누가 떠나고 있는 것 같다
바람을 위해 허공은 가지를 빌려주었을까
그 바람, 밖에서 부는데 왜 늘 안이 흔들리는지
종일 바람을 보면
간간히 말 건너 말을 한다
밖으로 나와, 어서 나와
안이 더 위험한 곳이야
하염없이
때때로 덧없이
떠나보내는 일도 익숙한
그것이 바람만의 일일까
나무가 나무를 밀고
바람이 바람을 다 밀고
... 이규리 시집 < 최선은 그런 것이예요> 문학동네 2014 ...
허공이 아팠을까
바람 부는 날, 종일 밖을 보면
바람의 뼈가 보인다
사람인 듯 바람에도 뼈가 보인다
허공을 울리는 운판 소리
오래 전 어제와 글피가 돌아와 흔들리며
쓰는 말
바람이 손바닥을 가졌다면 허공은 늘 아팠을까
그 바람, 밖에서 부는데 왜 늘 안이 흔들리는지
종일 바람을 내다보면, 나를 보면
없는 말이 들린다
그 소리, 손바닥 아프도록 오래 부르는 소리
밖으로 나와, 어서 나와
안이 더 위험한 곳이야
혼자 오래 있다보면, 울다보면
그건 제 안에 부는 바람, 제가 바람이었던 모든 부딪힘
더구나 어쩌자고 나무가 바람을 밀었나
제 속에 우수수 쓰러지는 풍경들
저 바람이 바람을 다 살고 말겠다
... 이규리 詩 <시산맥>, 2011, 여름 ...
'시, 눈뜨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래된 물음 ................ 김광규 (0) | 2015.07.14 |
---|---|
이게 무슨 시간입니까 .............. 정현종 (0) | 2015.07.14 |
특별한 일 ....................... 이규리 (0) | 2015.07.12 |
커다란 창 ..................... 이규리 (0) | 2015.07.12 |
이 느림은 ................ 정현종 (0) | 2015.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