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뜨다

허공은 가지를 ......... 이규리

misslog@hanmail.net 2015. 7. 12. 12:44

 

                                                                                                                                                                      2015. 7. 22.  pm 4:13

 

 

 

 

 

종일 바람 부는 날, 밖을 보면

누가 떠나고 있는 것 같다​

 

바람을 위해 허공은 가지를 빌려주었을까​

 

그 바람, 밖에서 부는데 왜 늘 안이 흔들리는지​

 

종일 바람을 보면

간간히 말 건너 말을 한다​

 

밖으로 나와, 어서 나와

안이 더 위험한 곳이야​

 

하염없이

때때로 덧없이

떠나보내는 일도 익숙한​

 

그것이 바람만의 일일까​


나무가 나무를 밀고

바람이 바람을 다 밀고

 

 

 ... 이규리 시집 < 최선은 그런 것이예요> 문학동네 2014 ...

 


 

 

 

 

 

 

 

허공이 아팠을까 

 


바람 부는 날, 종일 밖을 보면
바람의 뼈가 보인다
사람인 듯 바람에도 뼈가 보인다

 

허공을 울리는 운판 소리
오래 전 어제와 글피가 돌아와 흔들리며
쓰는 말

 

바람이 손바닥을 가졌다면 허공은 늘 아팠을까

 

그 바람, 밖에서 부는데 왜 늘 안이 흔들리는지

 

종일 바람을 내다보면, 나를 보면
없는 말이 들린다

 

그 소리, 손바닥 아프도록 오래 부르는 소리

 

밖으로 나와, 어서 나와
안이 더 위험한 곳이야

혼자 오래 있다보면, 울다보면
그건 제 안에 부는 바람, 제가 바람이었던 모든 부딪힘

 

더구나 어쩌자고 나무가 바람을 밀었나
제 속에 우수수 쓰러지는 풍경들

 

저 바람이 바람을 다 살고 말겠다

 

 

... 이규리 詩 <시산맥>, 2011, 여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