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10. pm 5:43
창이 큰 집에 살면서 되려 창을 가리게 되었다
누가 이렇게 커다란 창을 냈을까
이건 너무 큰 그리움이야
창이 건물의 꽃이라지만
나는 누추하여 나를 넓히는 대신
창을 줄이기로 한다
간절히 닿고 싶었던 건 어둠이었을까
모순의 창
제 안에 하루에도 여러 번 저를 닫아거는 명암이 있어
어느 날은 그 창으로 꽃을 보았다 말하겠지
어느 날은 그 창으로 비참을 보았다 말하겠지
우리가 보려는 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것인데,
왜 창 앞에 자주 저를 세웠을까
돌아보면 거기 누군가의 눈이 있었다고 말해도 될까
누군가는 나를 다 보았겠지만
해부한 개구리처럼 내 속을 다 보았겠지만
창이 왜 낮엔 밖을 보여주고 밤엔 자신을 보게 하는지
그리운 것들은 다 죽었는데
누가 이렇게 커다란 창을 냈을까
... 이규리 시집 < 최선은 그런 것이예요> 문학동네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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