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뜨다

커다란 창 ..................... 이규리

misslog@hanmail.net 2015. 7. 12. 12:18

 

                                                                                                                                                                        2015. 7. 10.  pm 5:43

 

 

 

창이 큰 집에 살면서 되려 창을 가리게 되었다

누가 이렇게 커다란 창을 냈을까

이건 너무 큰 그리움이야

 

창이 건물의 꽃이라지만

나는 누추하여 나를 넓히는 대신

창을 줄이기로 한다

 

간절히 닿고 싶었던 건 어둠이었을까

모순의 창

제 안에 하루에도 여러 번 저를 닫아거는 명암이 있어

 

어느 날은 그 창으로 꽃을 보았다 말하겠지

어느 날은 그 창으로 비참을 보았다 말하겠지

 

우리가 보려는 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것인데,

 

왜 창 앞에 자주 저를 세웠을까

돌아보면 거기 누군가의 눈이 있었다고 말해도 될까

누군가는 나를 다 보았겠지만

해부한 개구리처럼 내 속을 다 보았겠지만

창이 왜 낮엔 밖을 보여주고 밤엔 자신을 보게 하는지

 

그리운 것들은 다 죽었는데

누가 이렇게 커다란 창을 냈을까

 

 

 

... 이규리 시집 < 최선은 그런 것이예요> 문학동네 2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