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래.

살아있는 증거

misslog@hanmail.net 2008. 7. 30. 11:28

 

  

 

 

                                                                                                                                                         iaia gagliani 作

 

 

 

 

 

한번은 새벽에 산책을 나갔다.

이른 새벽인데 농부들이 논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

팔을 걷어붙이고 허벅지를 다 내놓고 일을 하고 있는

그 농부들을 보면서 나는 이상하게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잊어버리고 있었던,

나한테는 없다고 믿었던 까마득하게 지나간 그 욕망이

물컹하게 가슴에서 만져지는거야.

 

 

그때 나는  쉰이었다.

어린 날에는 쉰은 성욕과 무관한 나이라고 생각했었다.

나는 나에게 놀랐다.

남자라면 누구든 상대가 될 수 있다는 비릿한 생각이

한동안 나를 괴롭혔다.

 

 

까마득하게 죽어 누웠던 여성성이 살아나는 놀라운 변화에

나는 두 손을 떨면서 서 있었다.

그런 여자가 거기 있었다.

몸이 말하는 여자.

몸이 외치는 절규를 나는 거기서 경험했다.

오래가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시절의 한 토막인 내 가당찮은 감정이

잊혀지지 않고 가슴에 남아 있다.

 

 

지금 생각해도 나는 놀라워.

그러나 그것도 생각해 보면 자연스러운 감정이었을 거야.

근데 그 마음을 누구에겐가 들키지 않을까 나는 조바심을 했다.

무슨 큰 죄라도 짓는 것 같은 두려움이 날 붙잡고 있었다.

 

 

그 시절 참 잘 보냈지.

어떤 생각이든 키우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것도 알았어.

곧 그런 감정은 내 바쁘고 정신없는 생활속으로 묻혀 들고 말았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중요한 감정이라는 것을 나는 알아.

살아있는 증거이며

내가 다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살아나기 시작했다는 불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하느님도 이 생각만큼은 용서하셨을 것이다. 

여자는 때때로 한순간의 열락에 생을 던지는 수도 있다. 

어리석은 것이지만 인간적인 그런 감정......

 

 

 

...신달자<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중  '등 푸른여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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