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물건들은 이상하게도 쉽게 바래고 쉽게 버려진다.
어제 내린 비로 아파트 경비실 앞에 신문 더미와 소파도 푸욱 젖어 있었다.
열린 철제상자 뚜껑 위에 널어논 청바지 두 벌, 초여름 햇빛이 환히 쏟아졌다.
나는 얼마나 많이 버리는 곳에 사는 건지. 아무 염려도 없고, 버리는 것에 대해 죄의식도 없다.
자신도 모르게 버리는 것에 익숙해 있다.
이미 되돌아갈 수 없는 곳까지 와버린 자본주의의 폐해다.
세상은 물건으로 넘치고, 싫증나고 조금만 닳아도 쉽게 버려진다.
저 물건들을 보면서 생각나는 사이토 마리코의 시 '하구 河口'
모든 강은 욕망이다.
머물고 싶다는,
그러나 흘러 닿고 싶다는.
하구에 닿을때 가장 고요한 비명 소리가 들린다.
그것이 어젯밤에 내가 들은 어머니의 잠소리이다.
모든 물살은 욕망이다.
비밀을 숨겨야 한다는,
그러나 말해버리고 싶다는,
하구에서 바다에 들어간 다음에 그것이
또하나의 강에 불과함을 더없이 깊이 깨달았을 때
비밀은 어디로 긴장을 풀어야 할까.
모든 흐름은 욕망이다.
포기하고 싶다는,
그러나 머물고 싶다는,
비밀이 비밀이기를 포기할 때,
드디어 바다는 바다가 된다.
바다의 욕망은 무엇일까.
이 세상을 몽땅 삼킨 후 토해내고 싶은 별 하나,
그것이 어젯밤 내가 용서하지 못했던 너 자신이다.
우리 모두이다.
... 신현림 <아我,, 인생찬란 유규무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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