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래.

시그널 레드 中에서

misslog@hanmail.net 2008. 11. 1. 23:54

 

 

 

 

금기는 열정의 풀무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모두 알고 있다는 오해를 하며 살아가지만

어쩌면 끝까지 자기 자신을 모른 채 끝나는 게 인생일 것이다.

우주를 유영할 수는 있어도 지구의 한가운데는 만져볼 수 없는 것처럼.

 

 

뭐니뭐니 해도 가장 재미있는 건 한 남자를 둔 두 여자의 싸움이 아닐까.

그럴 때 두 여자는 사랑 때문에 싸우는 게 아니다.

제 속에 있는 허기 때문에 싸운다.

나만을 바라보지 않는 남자가 미워서,

한 사람의 마음 하나 온전히 갖지 못하는 스스로의 보잘것없음이 쓸쓸해져서,

그래 너 가져라 굳은 빵조각 던지듯 줘버리고 씩씩하게 돌아서지 못하는 제 사랑이 불쌍해서 싸운다.

이런 싸움에서는 이기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이미 져버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랑을 가진 사람은 상대방의 공격을 느긋하게 견뎌준다.

그래, 모든 걸 다 이해한다. 는 표정으로 쏟아지는 폭우를 고스란히 맞는 사람은 사실은 이긴 자이며,

완력이든 말로든 이긴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그저 분풀이를 하고 있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날은.

 

 

여자에게는, 한 남자가 자신의 전 존재를 던져오기를,

자신 안에 그만큼의 강렬한 자력이 있음을 확인받고 싶은 순간이 있다.

둘만 있을 때, 극도로 유치해지는  감정의 무장해제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게 사랑일 수 있을까.

 

 

사람의 운명이란 그날의 날씨 따위에도 좌우되는,

사실은 매우 불안정한, 먼 곳에서 오는 별빛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자기 삶을 결정할 수 있는 인간은 그리 많지 않다.

때로 욕망의 절정 앞에 절벽이 있을 수도 있다.

살아서 체험하는 죽음같은 욕망 말이다.

떨어질 줄 알면서도,그때 사람들은 벼랑 끝에서 한 발을 내딛는다.

두 눈을 뜬 채로.

어리석은가?

그렇지만 허공인줄 알면서도 발을 내디디게 하는 그런  순간이 꼭 있더라.

사람들이 그것에 어떤 이름을 붙이는지도, ........안다."

 

 

 

...정미경 소설<내 아들의 연인>中 시그널 레드에서 문학동네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