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래.

엄살

misslog@hanmail.net 2008. 12. 28. 20:30

 

 

 

 

 

엄살하는 자는 엄살의 힘으로 산다.

엄살을 안으로만 삼켜온 자는

엄살하는 자의 엄살의 의미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다.

엄살하지 않는자의 귀는 타인의 엄살앞에서 언제나 오작동 번역기계가 된다.

엄살에 불과한 그것을, 지나치게 안쓰러워 한다.

 

그래서 엄살을 간과하질 못한다.

왜냐하면 그는 정말로 나좀 어떻게 해주라 말하고 싶을 때에만 엄살해왔기 때문이다.

무거운 것을 들어올리며 무의식중에 내뱉곤 하는 으차! 하는 기합과도 같은 그 엄살을,

오랜 숙고 끝에 내미는 구조의 요청으로 해석해버리는 습성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엄살하지 못하는 자들은 자기 앞에서 부디, 사람들이 엄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한숨도 신음도 푸념도 넋두리도, 이 악물고 견뎌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 모든걸 모으고 모아서 어느 한 날에, 대성통곡을 하는 진풍경을 관음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습관이 된 푸념 말고 진짜 푸념이 귀에 들린다면, 오감을 모아서 그 소리를 들어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엄살을 잘하는자가 언제나 부럽다.

 

엄살도 기술이 있어서, 가뿐하게 들어주며 토닥거려줄 찬스를 잘 포착하여야 한다.

그러한 찬스를 적절히 활용하여 유대의 국면을 점입가경으로 만들어가는 그자가 부럽기만 하다.

엄살하지 못하는 자가 "있잖어..."하고 운을 뗄 때마다 상대방은

"아프다 그러려고 그러지. 내가 더 아퍼"하고 그 입을 막곤 해왔다.

그래서그는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그 신음들이 새어나오는 입을 틀어 막으며,

자신의 불운함을 '참을성'이라고 거짓 해석을 해왔다.

 

한 번도 제대로 내비쳐본 적 없는 그 엄살이 독처럼 몸에 가득할 때,

누군가의 엄살을 들어주는 척하며, 자신을 포함한 두 사람을 함께 위로한다.

(그래서 동분서주, 위로의 달인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곤 하지만,

언제나'겨우 그런일로 너는 엄살을 떠는 거니' 싶은 울분이 남을 뿐이다.)

 

스스로를 위한 독자적인 위로의 타이밍은 언제고 없다.

늘 그렇게 옵션처럼 누군가의 엄살에 대한 위로의 타이밍에 더부살이를 한다.

평생을, 그렇게, 상대의 얘기를 들어주는 척하면서 그 틈을 타서 운다.

 

누군가가 자기에게 그렇게 해주길 바라왔던 것들을 엄살 잘하는 그자 앞에서 다 해준다.

위로란 언제나 자기한테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형태대로 나오는 것이다.

 

 

                                                                                               

            ... 김소연 <마음사전> 마음산책 2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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