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도 보테로 作 소풍2001
선택되었다는 것은 신학적 개념이다.
아무런 공덕 없이,
어떤 초자연적인 평결에 의해,
신의 자유로운, 또는 변덕스런 의지에 의해,
예외적이고 범상치 않은 뭔가로 뽑혔다는 것,
바로 이러한 확신 안에서 성자들은 더할 수 없이 잔혹한 형벌들을 견뎌내는 힘을 길렀다.
이 같은 신학적 개념들은 각기 나름대로 모방되어,
우리 인생의 사소한 일들에 반영된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 너무나 평범한 삶의 저열함을(다소간) 괴로워하며
이로부터 벗어나 스스로를 고양시키고자 한다.
우리 모두가 제각기 그 같은 고양에 합당하다는,
이를 위해 선택되었고 예정되었다는(다소 강렬한) 환상을 경험했다.
선택되었다는 감정은, 예를 들면, 모든 연애관계에 나타난다.
왜냐하면 사랑은, 그 정의상, 공덕없이 받은 선물인 까닭이다.
공덕없이 사랑받는 다는 것, 이는 진정한 사랑의 증거이기도 하다.
만약 어떤 여인이 내게, 네가 똑똑하기 때문에, 네가 정직하기 때문에,
네가 선물들을 많이 사주기 때문에, 네가 외도를 하지 않기 때문에,
네가 설겆이를 해주기 때문에 너를 사랑해라고 말한다면, 나는 실망한다.
이 사랑은 뭔가 이해 관계에 의한 것인 듯하다.
한편 이런 말들은 얼마나 듣기 좋은가.
비록 네가 똑똑하지도 정직하지도 않고,
비록 네가 거짓말쟁이고,
이기적이고,
개자식이라도 난 널 미치도록 사랑해.
... 밀란 쿤데라 <느림> 민음사 19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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