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존 수학 교본 맨 첫번째 장들 가운데 하나에 드는 이 유명한 방정식을 상기한 바 있다.
속도는 망각의 강도에 정비례한다는 것.
이 방정식에서 우리는 여러 필연적 귀결들을 연역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이런 것---우리 시대는 속도의 악마에 탐닉하고 있으며 그래서 너무 쉽게 자신을 망각한다.
한데 나는 이 주장를 뒤집어 오히려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 시대는 망각의 욕망에 사로잡혀 있으며 이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속도의 악마에 탐닉하는 것이라고.
그가 발걸음을 빨리하는 까닭은 사람들이 자신을 기억해 주길 더이상 바라지 않음을,
자신에게 지쳤고, 자신을 역겨워하고 있으며,
스스로 기억의 그 간들거리는 작은 불꽃을 훅 불어 꺼버리고 싶음을
우리에게 깨닫게 해주고 싶어서라고.
... 밀란 쿤데라 <느림> 민음사 19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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